
뉴질랜드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청정국가라는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어 많은 한인들이 조기유학이나 이민을 선택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생활을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헤이피버(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에게 헤이피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건강과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한국에서 전혀 알레르기 증상이 없던 사람조차 뉴질랜드에 오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처음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뉴질랜드 특유의 기후와 식생 때문입니다. 특히 봄과 여름철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잔디 꽃가루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엘니뇨(El Niño) 현상이 나타나는 해에는 오클랜드를 비롯한 북섬 지역에서 꽃가루 시즌이 더 길고 강해진다고 밝혀졌습니다. 맑고 건조하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가 꽃가루 생성과 확산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건초열, 천식, 알레르기 결막염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기유학 온 학생들 사이에서도 수업 중 눈과 코가 가렵고 재채기를 멈추지 못해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콧물과 코막힘에 시달려 공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밖에 나가서 조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활동이 제한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민 초기 적응 단계에서 이런 알레르기는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알레르기와 무관하게 생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낯선 환경에서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하게 되면, 건강뿐 아니라 생활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뉴질랜드가 아직 전국적인 꽃가루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예보나 정보 부족으로 인해 이민자나 유학생들이 더욱 대비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니냐(La Niña) 해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시기에는 꽃가루가 씻겨 내려가 알레르기 시즌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어, 해마다 증상의 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