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지난 10년 동안 생활에 꼭 필요한 식료품 가격이 임금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버터와 달걀, 빵처럼 거의 모든 가정에서 소비하는 기본 식품 중 일부는 임금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가격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임금 상승까지 둔화되면서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통계청(Stats NZ)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임금은 약 52%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버터 가격은 무려 157% 올랐고, 달걀은 125%, 식빵은 120% 상승했습니다. 피시앤칩스는 78%, 치즈는 75%, 감자는 73%, 양갈비는 72%, 소고기 다짐육은 71% 올랐습니다. 2리터 우유도 57% 상승해 임금 상승률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일부 식품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신선한 생선은 평균 1kg당 NZ$49.62(약 4만1,000원), 양갈비는 1kg당 NZ$24.23(약 2만원)까지 올랐습니다. 프라이드치킨 5조각은 NZ$17.12(약 1만4,200원), 피시앤칩스는 NZ$11.07(약 9,200원) 수준입니다.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비용도 크게 올랐습니다. 샌드위치는 평균 NZ$6.86(약 5,700원), 미트파이는 NZ$6.61(약 5,500원)입니다. 2리터 우유는 NZ$5.12(약 4,200원), 흰 식빵 한 봉지는 NZ$2.38(약 2,000원)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큰 부담 없이 구입했던 기본적인 식품들이 이제는 가계 지출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습니다.
문제는 물가 상승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이미 오른 가격이 다시 내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근 식품 물가 상승률은 1.9%까지 둔화됐지만, 이는 식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미 크게 오른 가격에서 추가로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뜻일 뿐입니다.
반면 임금은 물가 상승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가 임금 상승을 억제하거나 최저임금 인상 폭을 낮추는 정책을 펼 경우 저소득층과 서민 가계가 받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명목임금이 조금 올라도 식료품과 주거비, 전기료, 교통비 같은 필수 생활비가 그보다 빠르게 오른다면 실제 구매력은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료품은 소비자가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구매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품목입니다. 버터가 비싸졌다고 식사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우유나 달걀, 빵, 고기 가격이 올랐다고 가족의 식비를 무한정 줄일 수도 없습니다. 결국 필수품 가격 상승은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식품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가 생산하는 육류와 유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강한 데다 높은 연료비와 운송비, 포장비 등 생산·유통 비용까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식품이라고 해서 국내 소비자가 반드시 싸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높은 농축산물 가격은 수출업자와 농촌 지역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높은 수출 가격이 농가 소득과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가구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식료품 가격 상승이 소득 증가로 돌아오지 않는 가구에는 사실상 생활비 부담 증가로 작용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가 상승률 숫자가 아니라 임금으로 실제 얼마나 많은 것을 살 수 있느냐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임금이 52% 오르는 사이 버터가 157%, 달걀이 125%, 식빵이 120% 올랐다면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상황에서 임금 상승률마저 낮아진다면 격차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숫자만으로 생활이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물가 상승률이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 월급을 받은 뒤 장바구니에 예전만큼 물건을 담을 수 있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