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는 오랫동안 ‘청정국가’라는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홍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 이미지가 실제 현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농촌 지역의 강과 지하수가 농축산 폐수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입니다.
뉴질랜드 지구과학연구소(Earth Sciences New Zealand)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대규모 조사에서는 전국 농촌 지역에서 2,400개 이상의 음용수 샘플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샘플의 31%가 법적 기준치의 절반을 넘었고, 5%는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특히 집약적 낙농업이 활발한 캔터베리, 와이카토, 사우스랜드 지역에서 오염이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여러 학술 연구에 따르면 높은 질산염 농도는 영아 청색증(blue baby syndrome), 암, 임신 합병증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농업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는 이유로 방치해 온 폐수 문제가 이제는 농촌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캔터베리 지역위원회(Environment Canterbury, ECan)는 최근 ‘질산염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행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타고 대학 연구진은 현재의 규제와 계획으로는 지하수 보호가 불가능하며, 이해충돌 문제와 데이터 관리의 투명성 부족 또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궁극적으로 핵심은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입니다. 지금까지는 오염 피해를 주민과 소비자가 떠안아 왔습니다. 앞으로는 오염을 발생시킨 산업에 정화 비용을 부담시키는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질랜드가 진정한 의미의 청정국가로 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농업 생산성과 환경, 그리고 공중보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